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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판결] 현수막 철거, 업무방해X 손괴O
작성자 : 김진석 작성일자 : 2025-10-23
첨부파일 : 없음

[판결] 현수막 철거, 업무방해X 손괴O

법률신문 안재명 기자

2025-10-17 17:00

 

"일회성 의견 표명은 '업무' 아니다"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측이 내건 현수막을 철거했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립하는 관계에서 현수막을 내거는 행위는 일회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에 불과해, 형법상 보호 대상인 ‘업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현수막 끈을 자른 행위 자체는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월 11일,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재개발추진위원장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2도1665).

[사실관계]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인 A 씨는 사업 방식에 이견을 보이던 지주협의회 회장 C 씨와 갈등을 빚어 왔다. C 씨는 추진위원회의 주민총회가 열리던 2019년 9월 5일 새벽, “총회에 동참하지 말라”는 취지의 현수막 3개를 총회장 인근에 설치했다. 이를 발견한 A 씨는 과도를 이용해 현수막의 끈을 잘라 떼어냈다. A 씨는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급심]
1심은 A 씨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C 씨의 지주협의회 활동이 법이 금지하는 임의 단체 활동으로 보호 가치가 없는 업무”라며 “A 씨의 행위는 부당한 침해에 맞선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무죄 판단을 뒤집고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현수막 게시 행위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해 보호받아야 할 업무”라며 “A 씨가 화가 나서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쟁점]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측이 주민총회 당일 일회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현수막을 설치한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인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판단하며 원심을 파기했다. 피해자의 행위는 보호받아야 할 ‘업무’가 아닌 단순한 ‘일회성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한다”며 “피해자가 현수막을 설치한 시기, 경위, 목적 등을 볼 때, 이는 주민총회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일회적으로 불참을 권유하는 입장을 알린 것이므로, 이를 피해자의 계속적 사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의 유죄 판단을 확정했다.